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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적은 누구일까?(엡 6:11-17)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는데, 적이 누구인지 모르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 편을 적으로 오인해서 같은 편끼리 서로 싸우는 것이다. “만일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갈 5:15)고 하였는데, 우리 편을 적으로 생각하고 공격하는 것은 다같이 망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분별해야 한다.

성경은 우리의 싸움이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친다(엡 6:12). 여기서 “혈과 육”이란 말은 “사람”을 의미한다.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나타내는 대유법(synecdoche)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성경은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을 “통치자들, 권세들,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이라고 가르친다(엡 6:12). 네 가지 종류의 대적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악한 영이 우리의 대적인데, 그 악령은 권세를 잡고 이 세상을 주관하고 통치하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종종 교회를 핍박하는 사람들을 대적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이 우리의 대적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가 불쌍히 여겨야 할 대상이다. 주님은 우리가 박해를 받는다면, 싸우고 대항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축복하라고 가르쳐주셨다(롬 12:14). 주님께서는 칼로 저항하던 베드로에게 도로 칼집에 넣으라고 하셨고,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이들을 오히려 용서해주실 것을 간구하기도 하셨다. 사람은 우리가 싸워야 할 대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악한 영이다. 악령이 활동하는 것은 우리 안이다. 대적은 우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 악한 영은 우리로 하여금 미워하는 마음을 부추기고, 탐욕과 음란, 그리고 온갖 악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영적인 대적과 싸우기 위해 우리는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어야 한다. 특히 하나님의 말씀으로 무장해야 한다.

지금 이 시대는 교회가 부당하게 비난을 받고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그런 온갖 억압과 박해를 당당하게 싸워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거룩한 생각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생각은 사탄이 주는 생각이다. 우리는 우리가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 악마로 변하기 쉽다. 화를 내기도 하고, 폭력을 쓰기도 하고, 갑질을 하기도 한다.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하도록 부추기는 악한 영이 진정으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다. 안타깝게도 인자함, 온유함, 사랑, 너그러움과 같은 성품들이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늘 넘어진다. 그래서 우린 주님이 필요하다. 실패했던 베드로를 다시 회복시켜 주셨던 주님의 은혜가 우리들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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