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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국가 속의 크리스천

우리는 기독교 국가에 살지 않고 여러 종교가 어울려 공존하는 세속국가에 살고 있다. 동시에 우리에게는 복음을 전해야 하는 사명과 이 땅에서도 하나님의 나라의 가치를 추구해야 할 사명이 있다. 우리는 영적으로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세속국가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이중적인 상황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처신하며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불신자들, 타종교인들, 하나님의 법을 따르지 않고 악을 행하는 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만일 신정국가(기독교 국가)라면, 즉 하나님의 말씀이 국가의 법이라면, 당연히 그런 사람들은 처벌을 받게 된다. 구약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의 법에 따라 우상과 산당을 파괴되었고, 거짓 선지자들은 처형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독교 국가가 아닌 세속국가에서는 그럴 수 없다. 다니엘과 세 친구는 바벨론이라는 세속국가에서 살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우상을 숭배하는 것을 거부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상을 섬기지 못하도록 그 우상을 강제적으로 파괴할 수는 없었다. 오로지 그들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여호와 하나님이 참되신 하나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여 스스로 엎드리게 만드는 방법뿐이었다.

대한민국은 세속국가이다.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그럼 우리들은 어떻게 처신하여야 하는가? 성경은 아주 간단한 대답을 준다. 첫째, 국가의 통치에 협력하여야 한다. 로마서 13장의 말씀이 가르치는 바이다(롬 13:1-7). 물론 이 말은 국가 권력의 사악한 통치에 동조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없고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했던 베드로와 요한의 말처럼(행 4:19), 사악한 통치에는 협력이 불가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통치에는 협력하는 것이 원칙이다.

둘째, 불신자들과 이단자들과 악을 행하는 자들을 내버려 둬야 한다(고전 5:9-13). 그들은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이기 때문이다(고전 5:13). 신정국가 체계였던 구약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직접 우상을 부수거나 그들을 쫓아내거나 할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성경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할 때가 많다. 즉 교회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행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이라고 하면서 눈감아 버리는 반면, 교회 외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행에 대해서는 열불을 내면서 비난하곤 한다. 사실 성경의 가르침은 정반대이다. 교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악행에 대해서는 우리가 반드시 심판해서 쫓아내야 하고, 외부에서 일어나는 악행에 대해서는 내버려 두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무력으로, 즉 우리의 힘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키거나 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비성경적인 생각이다. 베드로가 예수님이 체포되는 것을 막으려고 했던 생각과 같은데, 예수님은 그런 베드로를 칭찬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칼을 쓰면 칼로 망한다고 하셨다(마 26:52).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 국가를 선포하게 되었을 때, 복음은 확장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타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십자군 전쟁으로 이슬람을 제압하고 예루살렘을 성지화하려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복음은 칼로 전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인의 숫자가 많아서 힘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뭉쳐서 압력을 넣으면 굴복시킬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된다. 종종 우리의 단합된 힘으로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힘의 논리에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힘으로 우리의 세를 과시하다보면 언젠가는 힘으로 우리가 당할 때가 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대접받기를 원하는 대로, 먼저 우리가 대접해야 한다(마 7:12). 불신자들에게도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우리의 믿음을 지키면서 말이다. 이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이면서 말이다. 이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돈을 섬기고 똑같이 악을 행하면서, 무력으로 세를 과시하면 비웃음만 살 뿐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결코 무력으로 오게 할 수 없다. 아니 무력을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사탄에게 진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백성 됨을 포기하고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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