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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혈당 대소동

며칠 전 아내가 소변에 거품이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혈당 체크를 했다. 옆에 있던 나도 엉겁결에 혈당 체크를 당했다. 아침 공복혈당이 61, 62였다. 고혈당이 아니니, 안심했는데, 페이스북 친구들이 너무 낮다고 난리였다. 심각하게 저혈당이라며, 자각증상이 없었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당이 떨어진 느낌을 종종 받았었다. 밥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힘이 없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고, 저녁밥 먹으러 집으로 걸어올 때면 당이 떨어진 느낌을 받았었던 적이 많이 있었다.

이번에는 식후혈당을 재보았다. 정상은 90-140이라는데, 식후에도 74가 나왔다. 심각하게 저혈당이다.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저혈당의 원인, 저혈당의 대처방법 유튜브를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저혈당이 고혈당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이라나…. 몇 년 전 저혈당으로 운전 중 소천하신 선교사님이 생각이 났다. 나도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가는 게 아닐까? 잠자는 도중에 죽게 되는 것은 아닐까? 사탕을 챙겨두며 틈틈이 당이 떨어진 느낌이 들 때마다 먹어야겠다고 했다.

아내는 그동안 내가 보여주었던 행태들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나의 잘못된 식습관이 결국 인슐린 기능을 망가뜨렸고, 저혈당을 가져온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생각이 복잡해졌다. 신장 때문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전자를 내가 받은 것이 아닐까? 나도 신장투석을 하거나 이식수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교역자들에게 내가 저혈당 증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더니, 포도당 사탕도 가져다준다. 1, 2부 설교 도중에 먹을 것도 가져다준다. 당 떨어지면 큰일 난다고 하면서…. 참으로 사랑이 많은 교역자들이다. 아내는 평상시에 먹는 것을 자꾸 제지하는데, 저혈당이라니 이것저것 마구 먹으라고 한다.

혹시 기계가 고장 난 것은 아닐까? 유심히 살펴보던 아내는 테스터기가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모님에게 쓰던 것이니 벌써 2년이 훨씬 더 지난 제품이었다. 아무리 유효기간이 지났기로서니, 수치는 정상 작동되는 걸 거야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는 테스터기를 새로 구입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공복혈당을 체크해보았다. 93이 나왔다. 예전 테스터기로는 여전히 54였다. 내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기계가 제대로 측정을 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휴…. 저혈당을 핑계로 이것저것 음식 제한이 해제되었는데, 다시 음식 제한이 발동될 것 같다. 좋다 말았다. 그렇게 저혈당 대소동은 막을 내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저혈당이 아닌데도 저혈당이라고 생각되어 이것저것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일 내가 저혈당인데도 엉터리 테스터기가 정상이라고 알려주었다면, 그게 더 큰 문제 아닌가?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바른 테스터기가 필요하다.

이 세상이 우리의 테스터기일 수는 없다. 이 세상은 엉터리 테스터기일 뿐이다. 이 세상의 기준에 비추어보고 괜찮다고 안심하다가는 결국 영원한 파멸을 맞이할 뿐이다. 바른 테스터기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기준에 비추어보아야 우리를 바른길로 인도할 것이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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