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도착했다. 출국하는 날 아침에 항공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가 타려는 비행기는 수리 문제로 다음 날 새벽 1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으며, 토론토에 도착한 후에는 11시간 동안 공항에서 밤을 세운 후 다음 날 아침에야 연결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앞이 캄캄해졌다. 이렇게 일정이 변경되면, 잡아놓은 호텔에 들어갈 수도 없고, 뮤지컬을 보러가기로 했던 것도 무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가 꼬이면 연쇄적으로 모든 게 꼬이는 법이니, 당황스러웠다.
급하게 대안을 찾아보았다. 플랜 B를 미리 생각해둔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last minute ticket (소위 땡처리항공권)이 있는게 아닌가? 가격이 그리 싼 것은 아니지만, 조건이 좋았다. 원래 계획보다 더 일찍 도착할 수 있게 되었고, 돌아올 때에는 직항으로 올 수 있게 되었다. 원래 항공권은 한번 결재하면 취소가 불가한 조건으로 싸게 산 것이었는데, 일정변경 사유라 취소도 가능했다. 변수가 생겨 당황했는데, 오히려 더 잘 됐다.
호텔에 들어와 앉았는데, 지나온 일들이 스쳐가면서 감사가 몰려온다. 지금으로부터 13년전 고등학교 다니던 아이를 홀로 남겨두고 우리 부부만 한국으로 돌아왔었다. 한국에 있으면서 이 아이를 우리가 돌볼 수 없었다. 그 사이 아이는 대학을 중퇴해버렸다. 운전을 하면서 이런 사고 저런 사고를 많이 냈었다. 늘 불안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 아이가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그 사위를 보니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우리는 늘 걱정이 많지만, 주님께서는 여기까지 인도하셨다. 우리의 플램이 아닌 더 좋은 플랜B로 말이다. 앞으로의 삶도 주님께서 인도하실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는 늘 변수가 생긴다. 세웠던 계획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변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실 우리의 계획보다는 하나님의 계획이 더 좋다. 요셉의 경우가 그랬지 않은가? 노예로 팔려가고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가는 황당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하나님께는 계획이 있었다. 온 세상을 구원할 계획이 펼쳐졌다. 우리의 앞길이 막힐 때, 당활하지 말자.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선하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