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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을 놓으면서

이번에 결혼을 한 둘째 아이 예원이가 아마 초등학교 1학년 때이었을 것이다. 어느날 아내와 아이들은 어딘가를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회 앞을 지나게 되었다. 아내는 교회 사무실 앞에 아이를 내려주고, 큰아이 예림이와 함께 집으로 갔다. 내 차가 사무실 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내가 사무실에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작은 아이를 내려준 것이었다.

그런데 작은 아이가 건물 안으로 들어와 사무실로 오는 바로 그 시점에 하필 나는 사무실에서 나와, 다른 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왔다. 아이가 사무실로 가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른 채 말이다. 나는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 안에 들어가자, 아내가 물었다. “예원이는?” 나는 대답했다. “몰라.” 아내는 내가 장난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예원이를 교회에 놔두고 혼자 왔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되었고, 그 순간 갑자기 패닉 상태로 빠지게 되었다. 교회 사무실 앞에서 문을 두드리다가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빨리 다시 교회로 돌아갔다. 하지만 교회에도 예원이는 없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는 없었다. 오는 길에서도 아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온 집안이 난리가 났다. 아이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그러지 않아도 흉흉한 소식들이 난무하던 그때, 우리는 모두 기겁했다. 어디를 찾아보아야 할까? 우리 집은 그 순간 모든 것을 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찾는 것에 올인하게 되었다. 나는 차를 타고 아이가 갈 수 있을 것 같은 길로 여기저기 다녀보았다. 하지만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너무 두려웠고, 너무 무서웠다. 당황스러웠다.

한 시간 정도 뒤였을까? 어떤 미국 백인 부부가 아이와 함께 집으로 왔다. 아이가 울면서 걸어가는 것을 본 그분들은 가는 길을 멈추고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어디에 사는가도 물었고, 결국 그분들은 아이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우리는 그때 얼마나 기쁜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때 나는 결심했었다. 다시는 이 아이를 잃지 않겠다고 말이다. 다시는 이 아이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그런데 지난 주말에 나는 이 아이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사위에게 그 손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스럽고 행복했다. 나는 그 순간 하나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하나뿐인 독생자 예수님의 손을 놓고, 우리에게 넘겨주셨던 그 하나님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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