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닫기

자녀의 떡(마 15:21-28)

오늘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의 모습은 이상하다. 우리가 알고 기대하는 예수님은 사랑이 많고 자비로우신 분이시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은 가나안 여인이 예수님에게 다가와서 자신의 딸을 고쳐달라고 간청하는데도 무시하셨다. 무시할 뿐만 아니라 아주 매정하게 그 여인을 모독하면서 대답하셨다.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하지 아니하니라.” 헬라어 원문을 보면, 여기서 사용된 단어는 그냥 개가 아니라 작은 개를 의미한다. 유대인들이 가장 혐오하는 짐승인 개에 비유하셨는데, 그것도 개XX라고 취급하신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여인은 그 자리에서 분노하며 돌아서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님의 말씀 속에서 소망을 발견했다. “주여,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예수님은 이 여인의 반응을 보면서 놀라셨다. 그리고 그 여인을 향해서 선언하셨다.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예수님의 첫 번째 반응은 이 여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어떠한 상태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말씀이었다. 이 여인은 예수님으로부터 혜택을 입어야 할 당당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님을 보아야 했다. 그는 이방인이었고, 선택받은 민족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여인은 무엇인가를 요청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 사실을 바라보아야 했고 인정해야 했었다. 이 여인은 즉시 인정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자세가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할 자세이다.

사람들은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바리새인처럼 나아갈 때가 많다. “나는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입니다”라는 생각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세리처럼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우리 자신이 아무런 자격이 없는 죄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

우리는 예배를 드리면서 그러니까 하나님이 우리의 예배를 받으시고 그에 응당한 축복을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나님께 헌신하면서 그에 응당한 축복을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요구할만한 아무런 자격도 없다는 사실이다. 마치 에스더 왕비가 아하수에로 왕 앞에 나아가는 것이 권리가 아니라, 왕의 부름이 없이 나아갔다가는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무런 자격도 없는 우리를 위해서 하나님은 은혜를 베푸셨다는 것이다.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지는 것이 옳지 않은 것인데, 하나님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목숨을 취하여 우리들을 위하여 생명의 떡으로 주셨다. 이것이 놀랍고 고마운 것이다.

Loading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