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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노멀과 뉴 노멀

코로나19가 이렇게 길게 갈 줄은 미처 몰랐다. 예전에 사스와 메르스가 그랬던 것처럼, 잠깐 유행하다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6개월을 넘겼다. 우리가 늘 누리고 살았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었음을 새삼 느낀다. 일상은 항상 고마움을 잊게 만든다. 그런데 일상이 멈추면 그동안 누리고 있었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은총이었음을 느낀다. 건강을 잃어보면 그 동안 건강한 삶을 살았던 것이 아주 특별한 하나님의 은총이었음을 알게 된다. 어머니를 잃게 되면, 그 동안 어머니를 통해서 받았던 사랑이 너무나도 큰 은총이었음을 알게 된다. 코로나19로 모든 일상이 중단되고 더 이상 노멀(normal)을 누릴 수 없음을 알게 되자, 그 동안 우리가 살았던 일상이 축복이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다시 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은 이젠 뉴노멀(new-normal)을 대비해야 한다고 수차례 언급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올드노멀(old-normal)이 그립다. 그 올드노멀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를 기다린다. 그런데 만일 올드노멀이 정녕 다시 올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

한참 동안 중단되었던 스포츠가 서서히 재개되었다. 그런데 올드노멀 방식이 아니라 무관중경기다. 북한에서 치러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축구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렀다고 열내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이젠 무관중이 당연하다. 메이저 리그 야구경기도 재개되었다. 그런데 탬파베이 최지만 선수의 우타석 홈런이 나왔다. 최지만은 좌투수가 나오면 기용되지 않는 좌타자였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쉬는 기간에 좋은 감독을 만나 최지만은 스위치 타자로 변신한 것이다. 아마 정규 스프링 캠프만 있었더라면 이런 시도를 못했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길어진 휴지 기간을 이용해 최지만은 변신을 시도했고 일단 첫 출발은 좋아보인다.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예전같지 않은 삶에 당황해하고 신세를 한탄하는데, 어떤 사람은 일을 낸다. 최지만이 일을 낸 것이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맞이한 낯선 상황을 보면서 한탄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 상황을 다시 예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은 내가 바꿀 수 있다. 아니, 나 자신을 제외한 그 무엇도 바꿀 수 없다. 나를 바꾸어야 한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이는 기운 것이 그 옷을 당기어 해어짐이 더하게 됨이요.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마 9:16-17)

변화는 항상 있어 왔다. 코로나19처럼 급격한 변화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은 자꾸만 바뀐다. 사회는 고정되어 있고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몇 년 전에 통했던 것이 지금은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옛날 방식에만 매어달리면 결국 도태되어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 스펜서 존슨이 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에 나오는 꼬마 인간 헴처럼 이미 자신의 주변의 상황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C창고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유럽의 교회는 그래서 망했다. 계몽주의와 산업혁명, 그리고 세계대전과 과학의 발달 등등 유럽은 어마어마한 변화를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교회는 아무것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전통에만 매어 달렸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사실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기는 했지만, 그들에겐 전통이 가장 편했다. 고지식하고 답답한 교회에 젊은이들은 남을 수 없었다. 반면 지금도 미국이든 유럽이든 부흥하는 교회는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교회들이 그런 교회들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뉴노멀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변화하면서 살 것인가? 전통만 고집하다가 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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