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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식당이 잘 되는 이유

군목으로 임관하여 첫 부임지로 9사단 30연대에 부임했을 때, 사단 참모 목사님이 연대 목사님들을 데리고 산속 깊은 곳에 있는 간판이 없는 식당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그 허름한 식당에는 많은 손님이 북적였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누군가 말했다. “식당은 맛만 있으면 돼. 맛이 있으니까 간판도 없고 산속에 숨어 있어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잖아.”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 옳은 말일까? 식당은 맛만 좋으면 잘 될 수 있는 것일까?

만일 그 말이 옳다면, 맛있는 음식을 파는 모든 식당이 성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현실은 정말 맛있는 음식을 파는 90% 이상의 식당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모두가 맛만 좋으면,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던 식당들이다. 일례로, 미국 LA에 아주 장사가 잘 되는 냉면집이 있었다. 그 집의 냉면이 참 맛있어서 문전성시를 이루곤 했다. 그런데 그 냉면집 주인이 그 식당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좀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냉면집을 열었다. 이전에 팔던 그 냉면 맛 그대로를 내놓았다. 결과는 망했다. 똑같은 주인이 똑같은 맛의 냉면을 파는데, 안타깝게도 망한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주 간단한 이유이다. 식당은 맛만 좋다고 성공하는 게 아닌 것이다. 물론 맛이 기본적으로 받쳐주어야 하겠지만, 맛만 가지고 식당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오해한다. 무엇인가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말을 들으면, 그것만 중요한 것이라고 오해한다. 맛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면, 맛만 좋으면 된다고 오해한다. 본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 본질만 붙잡으면 된다고 오해한다. 하나님은 외모를 보시지 않고 중심을 보신다고 말하면, 외모는 아무 쓸데 없는 것이고 중심만 잘 잡으면 된다고 착각한다. 크리스천들 사이에서 이러한 착각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선 실패를 한 후에 씁쓸하게 말한다. “착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없고, 악해야 성공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극에서 극을 달린다. 

그 식당이 잘 되는 이유는 맛만 좋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간판도 없고, 시설도 허름하고, 찾아가기 힘든 산속에 위치해 있어도, 맛만 좋아서 성공한 게 아니다. 사실은 “간판도 없고, 시설도 허름하고, 찾아가기 힘든 산속에 위치해 있어도, 맛만 좋아서 사람들이 몰리는 식당”이라는 이미지를 “알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그 식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알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식당은 맛만 좋으면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망한 것이다. 물론 맛이 없다면(본질을 무시하면), 아무리 식당을 선전하고 노력을 해도(본질이 아닌 것들을 많이 추구해도) 망할 것이다. 물론 맛(본질)과는 상관없이 잘 되는 곳도 있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이 그렇다.

성경은 본질을 강조한다. 외모가 아니라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을 말하고, 내면이 중요함을 말한다. 이러한 강조는 아무리 해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 된다. 내면이 중요하기 때문에, 외모는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외모만 꾸미고 내면이 엉망이면 안 되겠지만, 내면만 좋으면 외모는 꾸미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왕의 혼인잔치에는 예복을 입고 참여해야 하는 것이 옳고, 예배의 자리에 나아갈 때에는 옷을 여미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속은 텅 비어 있는데, 겉으로만 꾸미는 것을 외식(hypocrisy)이라 하고, 이러한 외식은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것이다. 입술로는 하나님을 공경하는 것 같은데, 마음은 하나님에게서 떠난 것을 하나님께서는 원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본질이 제일 중요하고, 마음의 할례가 필요하다. 하나님께서는 상한 심령을 원하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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