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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M자 형으로 천을 둘러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인가요?

[Q] 십자가 장식에 천을 M자 형으로 두른 것은 소위 마리아의 십자가라고 하는 것으로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것이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십자가에 천을 장식하는 것은 천주교에서 시작되었다기보다는 개신교에서 시작한 전통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으나 그것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부활하셨다는 의미에서 예수님의 세마포를 상징하는 천을 걸어놓은 예술적인 시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천주교에서는 십자가에 예수님이 달린 형상을 주로 사용하지만, 개신교 쪽에서는 주로 예수님이 달리지 않은 텅 빈 십자가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부활을 좀 더 강조하는 셈입니다. 그런 부활을 강조하기 위하여 천을 둘렀는데, 밋밋한 십자가보다는 좀 더 예술적인 느낌이 있으므로 널리 퍼지게 된 것입니다. 굳이 어떤 의미가 있어서 M자 모양으로 걸은 것이 아니라, 십자가 양쪽 기둥에 걸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M자 모양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개신교 근본주의 진영에서 이것에 대하여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십자가는 마리아를 숭배하는 천주교에서 나온 천주교 장식의 하나라고 비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리아 십자가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개신교회가 이런 장식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위 기적의 메달(The Miraculous Medal)에 있는 장식과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문장에 십자가 옆에 마리아를 상징하는 M자가 같이 그려져 있는 것과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위 두 예를 세심하게 살펴보면 개신교 전통에서 천을 십자가에 올려놓은 것과는 달리, M자가 십자가 밑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일부 개신교 근본주의 진영의 주장은 과도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일부 개신교 근본주의 진영의 주장에 백번 양보해서 천주교에서 마리아 십자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개신교에서 십자가에 천을 걸치는 예술적 장식을 반드시 피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실 개신교 전통 중에는 천주교에서 온 것들이 많습니다. 삼위일체 교리, 하나님의 성품에 관한 교리, 등등 중요한 교리들이 천주교에서 온 것들이 많습니다. 천주교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삼위일체 교리를 거부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설사 마리아 십자가를 천주교에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이것은 사실과는 다릅니다), 우리가 부활의 의미를 담아 천을 거는 것을 금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2004년에 개봉된 송강호 주연의 “효자동 이발사”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효자동 이발사(송강호 분)는 “설사를 하는 사람은 간첩”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있자, 설사병에 걸린 자신의 아들이 간첩이라며 직접 경찰서로 데리고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우스운 설정인데, 오늘날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식의 논리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마리아 십자가 해프닝입니다. 천주교에서 M을 마리아를 숭배하는데 사용한다고 해서, 개신교에서는 M자처럼 보이는 그 어떤 장식을 해서도 안 된다는 주장은 효자동 이발사와 같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또한, 모든 비유를 천편일률적으로 해석하는 신천지 이단들의 사고방식과 같습니다. 메시야도 M으로 시작하고, 모세도 M으로 시작하는데, 왜 M이 꼭 마리아를 상징하는 것으로만 보아야 할까요?

크리스천은 불신자들이 또는 이교도들이 점령한 곳들을 피해 다녀야만 하는 도망자들이 아닙니다. 물론 신앙이 어린아이와 같은 분들에게는 이런 방식이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분별력이 없는 분들이 이단적인 가르침이나 잘못된 것에 미혹되지 않게 하려고, 무조건 M자만 보면 피해야 한다는 식으로 가르칠 수도 있겠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유괴당하지 않도록 모르는 사람에게는 인사도 하지 말고 아는 척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그런 식으로 해서는 성숙해질 수 없습니다. 크리스천은 불신자들이나 이단들이 빼앗아가 버리고 선점했던 것들을 다시 회복하여 선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때 주점에서나 사용되었던 기타를 이제는 주님을 찬양하는 도구로 만든 것처럼 말입니다. 예전에는 기타를 치는 것은 불경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도피주의적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는 미국에 있는 수많은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교회들에서 부활절이 되면, 교회 마당에 나무 십자가를 세워놓고 하얀 천 장식을 해 놓은 것을 보면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다시 생각하는 유익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마리아 숭배를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사용해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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