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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택시 드라이버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송강호 주연의 “택시 운전사”이다. 첫 장면부터 좋았다. 고등학교 때 같이 공부했던 배우 정진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내에게 말했다. “정진영하고 나하고 같이 공부했어.” 유명인 한 사람과 엮이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왜 내가 자랑스러워지는 걸까?

역시 송강호였다. 그의 연기는 어설픔이 없고 무리함이 없다. 무슨 역을 맡아도 자연스러운 그가 부럽다. 같이 출연한 다른 유명한 배우의 연기에서 언제나 약간 과장됨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송건호 언론상 수상소감에서 등장한 택시 운전사 이야기를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어낸 극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했다. 물론 갑자기 택시들이 출연하여 송강호의 택시가 광주를 빠져나가는데 돕는 모습이 너무나도 어설프고 너무 자주 보아왔던 것이었기에 옥의 티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가면서는 그런 장면도 필요했겠다고 생각해 보았다.

내게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나는 택시드라이버, 너는 택시손님”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사회가 슬픈 것은 “내가 살기는 사는데, 내가 아닌 삶을 살기 때문”이 아닐까? 아버지가 아버지 같기만 하고, 교사가 교사 같기만 하고, 기자가 기자 같기만 하고, 검사가 검사 같기만 하고, 대통령이 대통령 같기만 하고, 의사가 의사 같기만 하고, 목사가 목사 같기만 하고, 성도가 성도 같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택시 드라이버”라고 말하는 송강호의 외침이 내 마음을 후벼 판다. 그리고 맨 마지막 장면, 위르겐 힌츠페터의 인터뷰 장면이 가슴에 와 닿았다. 당신의 택시를 타고 변화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로 그 말 말이다.

이름 없이 피를 흘리며 사라져간 그분들의 희생으로 우리나라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존재 이유대로 살지 못하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택시 드라이버 같은 택시 드라이버는 대부분 영화 속에서만 존재할 뿐, 실제 이 세상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영화는 우리들의 갈증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더 씁쓸하게 만든다. 여전히 우리는 이상적이고 멋진 군인보다는 갑질하는 군인을 만나는 것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인보다는 국민을 비하하고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정치인을 현실에서 만난다. 그리고 현실에 타협해버린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타협의 삶을 살아간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우리들이 바로 그런 악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찾는다. 영화관 밖 현실 속에서도 진정한 택시 드라이버가 어디 있는가 하고 말이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무런 희망이 없고 절망적인 인생들을 위하여 예수님은 이 세상에 오셨다. 10만원을 위해서 광주를 달려간 택시 드라이버와는 달리,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다. 그리고 실제로 십자가 위에서 모든 것을 다 주셨다. 그러기에 우리가 산다.

20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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