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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앞의 장애물(삼상 17:12-30)

구약 성경에서는 싸움과 전쟁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믿음의 사람들이 승리하는 이야기는 아주 통쾌하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이야기가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이다. 골리앗이라는 거대한 장수를 어린 소년이었던 다윗이 물리쳐 이긴 이야기는 통쾌하면서 우리들에게 큰 힘과 위로를 준다. 그리고 이런 전쟁의 이야기들은 영적인 대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 우리들에게 아주 중요한 교훈을 준다.

하지만 먼저 우리는 우리의 영적인 대적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영적인 대적은 사람이 아니다(엡 6:12). 우리의 대적은 이 세상을 다스리고 있는 사탄 마귀이다. 그런데 기독교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의 영적인 대적을 사탄 마귀로 보지 않고 어떤 사람들이나 집단으로 오해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십자군 전쟁이었다. 중세 시대의 성도들은 성지 예루살렘을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교도들이야말로 성도들이 물리쳐 싸워야 할 대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다. 200년간 지속된 이 전쟁은 잘못된 전쟁이었다.

예수님은 악한 사람들이 있으면 칼로 그들을 물리치거나 굴복시키라고 가르치시지 않으셨다. 오히려 칼을 사용하면 칼로 망할 것이라고 경고하셨고, 누군가 왼편 뺨을 때리면 오른편 뺨도 대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다. 세상에서 악을 행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짓밟아버리고 승리하라고 성경은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 대한 심판은 하나님께 맡겨두라고 가르친다(고전 5:12-13; 롬 12:19).

오늘날 우리들은 중세 십자군의 오류를 반복하곤 한다. 동성애자들을 짓밟아버리거나, 좌파들을 몰아내거나, 이단들을 짓밟아버리고 승리하는 것이야 말로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들의 영향력을 억눌러야만 복음이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를 넘어뜨리는 것은 악을 행하는 사람들이나 집단들이 아니라, 우리를 영적으로 타락하게 만드는 사탄이다.

다윗은 골리앗을 무찌르러 가는 길에 자신의 형 엘리압을 만났다. 그런데 그 엘리압이 다윗을 향해서 비난했다. 그때 다윗은 엘리압과 더불어 싸우지 않았다. 다윗은 자신이 싸워야 할 대상이 엘리압이 아니라 골리앗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다윗은 엘리압과 더불어 싸우지 않고 골리앗을 향해서 나아간 것이다. 사실 그 순간에 다윗의 마음에서는 다윗을 넘어뜨리려는 사탄의 충동질이 있었을 것이다. 다윗의 자존심을 자극하면서 엘리압과 한 판 겨루어 이기라는 충동질을 사탄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윗은 거기서 사탄의 음성에 굴복하지 않았다. 다윗을 골리앗을 무찌르러 가기 전에 이미 내면의 골리앗과 싸워야 했었다. 그런데 거기서 다윗은 내면의 골리앗과 싸워 이겼다. 사실 내 앞에 있는 골리앗보다 더 어려운 대적이 우리 내면에 있는 골리앗이다.

예수님께서 승리하신 것도 마찬가지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러 가는 길에 사람들은 예수님을 향해서 비난하고 조롱하고 침을 뱉었다. 그 순간에 예수님은 그들을 향해서 분노할 수도 있었다. 십자가를 내팽개쳐버리고 그 발걸음을 멈출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탄의 영적인 공격에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했다. 사실 비굴한 모습으로 지는 것 같았지만, 그것이 영적인 대적으로부터 승리하는 길이었다. 사탄은 승리한 것 같으나, 정작 승리한 것은 예수님이었다. 비참하게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 같으나, 실제로는 그것을 통해서 온 인류를 구원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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