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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카톨릭을 이교(異敎, other religion)로 지정해야 하는가?

104회 교단 총회에서 신학부가 로마 카톨릭을 이교로 지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보고를 하자 총대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찬반양론의 격렬한 토론이 이루어졌지만 결국 신학부장은 보고 자체를 취소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렇지 않으면 교단이 갈라질 것 같다는 위기감 속에서.

로마 카톨릭을 이교로 지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신학부의 보고에 대하여 총대들이 반발한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로마 카톨릭이 이교가 아니라고 하게 되면, 결국 로마 카톨릭은 정당하다는 잘못된 뉘앙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신학부의 보고는 로마 카톨릭이 정당하다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신학과 같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로마 카톨릭에 잘못된 신학들이 많이 있고 우리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다른 종교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 뿐이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도둑질을 한 사람에게 절도죄라고 판결할 수는 있지만 저지르지 않은 강간죄까지 판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같다.

우리의 신학은 독특하다. 칼빈주의 개혁주의 노선이 우리의 노선이다. 이러한 노선과 같이 갈 수 없는 사상이 알미니안주의이다. 엄격하게 말해서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는 치열하게 싸웠고,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알미니안 노선을 따르는 감리교나 성결교를 개신교로 인정한다. 알미니안 신학이 잘못이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가? 신앙의 기본적인 가르침에는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가 서로 강조점의 차이로 보고 복음의 대의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학의 강조점들이 다르지만 그래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교파”(denomination)라고 한다. 각각의 교파는 서로 다르다. 침례교와 장로교가 다르고, 순복음과 감리교가 다르고, 구세군과 성결교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교파들이 기독교 개신교라고 하는 큰 틀 안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천주교, 즉 로마 카톨릭은 구교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헌법에 천주교는 구교로 기독교의 한 분파로 정의되어 있다. 천주교의 신학은 장로교 신학과 감리교 신학 사이의 차이보다 더 큰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것들은 마리아 숭배, 외경의 사용, 교황의 존재, 고백성사 등등이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아주 큰 차이점이기 때문에 우리가 나온 것이다. 500년 전 종교개혁을 통해서 목숨을 내놓고 싸우면서 개신교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교황을 적 그리스도라고 지칭하면서까지 독설을 품으면서 싸웠다. 그리고 우리의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많은 피를 흘리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천주교과 개신교는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구교라 부르고 우리를 신교라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많은 것을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다. 삼위일체론이나 하나님의 속성에 관한 교리 등 개신교 신학의 많은 부분은 카톨릭에서 온 것들이다.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개신교 신학이 카톨릭의 신학과 유사한 것이 많다.

그런 점에서 결코 우리는 천주교와 같은 길을 걷는다고 보지 않는다. 천주교의 잘못된 교리들을 결코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래서 혹자는 천주교를 이단(異端, heresy)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우리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지만 끝이 다르고 결국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단 총회에서 이단을 넘어서서 이교(異敎, other religion)로 지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교란 완전히 다른 종교를 의미하는데, 불교, 이슬람처럼 전혀 우리와 같은 부분이 없는 종교를 이교라고 한다. 그러니까 천주교를 기독교의 카테고리에서부터 빼어내서, 아예 다른 종교의 카테고리로 넣어버리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세계 교회에서 볼 때 굉장히 낯선 주장이다. 그렇게 주장한다고 해서 천주교가 이교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의 유산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천주교는 기독교와 공통점이 없는 불교나 이슬람이나 힌두교와는 다른 것이다.

물론 이렇게 주장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천주교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성도들에게 경계심을 심어주기 위한 동기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과도함은 오히려 성도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기 쉽다. 교단 신학부에서 천주교를 이교(異敎, other religion)로 지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옳지 않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천주교를 받아들이자는 의미도 아니고, 천주교와 함께 하자는 의미도 아니고, 천주교에 잘못된 신학이 없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천주교는 그냥 구교일 뿐이다. 우리랑 다른 신학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가 용인할 수도 없다는 것은 다 인정하는 것이다. 천주교를 부정하고 밟아버려야 진짜 크리스천이라는 착각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

학계에서는 신앙의 차이를 분명히 견지하면서도 천주교와 공동 세미나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유대교와 연구를 같이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그들의 신앙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같은 성경을 사용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서로 귀를 열어서 배울 수 있는 점들을 배우면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마치 어린 아이들에게 나쁜 친구 사귀지 말라고 하면서 아예 접근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비슷한 정책이 신앙을 가장 잘 지키는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천주교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신학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면 될 뿐이다.

더 나아가 천주교에 대한 가짜 뉴스에 쉽게 속아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황이 예수님이 포도주에 취해 지키지도 못할 재림의 약속을 했다고 발언했다는 가짜 뉴스, 천주교에서는 태양신을 섬기고 사탄을 숭배한다는 가짜 뉴스들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무조건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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