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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피아노가 들어왔다

목양실에 있는데 성도 가운데 한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목사님, 제가 그랜드 피아노를 예배당에 설치하려고 해요.” 깜짝 놀랐다. 사실 그랜드 피아노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성도들이 이해하지 못할까봐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운영 위원회에서는 언급을 잠깐 하기는 했지만, 교인들에게 이야기를 꺼내고 혹시 기증하실 수 있는 분이 있는지 물어보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 머뭇거리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교인 가운데 한 분이 선뜻 그랜드 피아노를 구입해서 교회당에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오, 할렐루야!” 너무나도 기뻐서 저절로 할렐루야가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랜드 피아노에 현악 연주까지 곁들인 예배를 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우리가 피아노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사치하려고 하느냐 따지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을 보내며 내가 조금 소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목회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생각으로 반대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서 얻게 된 태도이다. 그런데 말을 정식으로 꺼내기도 전에 자원하는 분이 있다니, 너무나도 기쁘고 감사할 뿐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주저하고 있는 목사의 마음을 읽어내는 성도들이 있어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목회를 돕는 손길들을 생각하면 한편으로 기쁘고 이렇게도 세밀하게 예비해주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면 목회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에 떨리고 두렵기도 하다. 

설치된 피아노를 쳐보니 그 소리가 정말 아름답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악기만큼은 가리고 가려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내가 건반을 눌러도 그 소리의 차이가 느껴진다. 이 피아노로 이번 주일에 예배를 드릴 것을 생각하니 기쁨이 넘친다. 여기에 현악 연주자들이 함께 한다면 얼마나 예배가 더욱 감동적일까? 피아노를 보고 있노라니 행복하다.

나는 메시지를 전할 때마다 상황에 따라서 일희일비하지 말고, 하나님을 바라보고 신앙생활을 하라고 전해왔다. 내게 주어진 선물(gift) 때문에 즐거워하지 말고 그런 선물을 주시는 하나님(giver) 때문에 기뻐하라고 가르쳐왔다. 그런데 나부터 그렇게 되지 않는다. 예배당에 자리 잡고 있는 피아노를 바라보니 기쁨이 저절로 넘치는 게 아닌가? 상황에 따라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게 사람이니까 말이다. 어떠한 조건에서도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감사하려면 좋은 일이 생길 때에도 그러한 좋은 일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려본다. “주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가 되기를 다짐해본다.

원글 링크: http://www.christianfocus.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4&item=&no=4984 

기증된 피아노

20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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