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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하는 운전자와 경찰

한국에선 과속하는 게 참 편하다. 과속으로 달리다가도 친절한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과속 측정기 앞에서 속도를 줄이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과속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과속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어느새 경찰차가 나타나서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급해도 조심해서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그 무시무시한 미국의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했다. 한번은 내가 그 사람의 차에 동승하게 되었는데, 그날도 그 사람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옆자리에 탔던 내가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숨어 있는 경찰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데, 무얼 믿고 이렇게 빨리 달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경찰이 있다는 것을 아는 방법이 있지요.”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앞차를 주시하면서 달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앞차의 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앞에 경찰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속도를 줄인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사람의 말이 맞았다.

그 이후로는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앞차의 미등을 주시하곤 했다. 앞차의 미등에 빨간 불이 켜지면 경찰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다시 한 번 내 속도계를 체크하면서 운전을 하게 되었다. 간혹 속도를 나도 모르게 올렸다가도, 앞차의 빨간 미등 때문에 벌금을 면한 일도 종종 생겨나게 되었다.

앞차의 미등을 보고 경찰이 있을 것인지 판단하게 되는 고속도로 운전자처럼 이 세상 사람들은 우리 크리스천들을 보고 하나님이 있는지 판단하곤 한다. 영이신 하나님을 눈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에 달려가는 우리 크리스천들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마구 달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뒤 따라오는 불신자들은 확신을 하게 된다. “아하, 하나님이 없구나.” 하나님이 정말 계시다고 한다면 저 순간에 크리스천들이 브레이크를 밟았을 텐데,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모습을 보니 하나님이 우리들의 가는 길에 없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불신자들은 우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말은 얼마든지 거짓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보다도 행동이 그 사람의 진심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리스천들이 하나님이 있다고 말을 하면서도 행동은 전혀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불신자들은 하나님이 안 계실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렇게 낙망할리 만무한 것이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그렇게 원수를 미워하고 복수심에 불타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님이 정말 계시다면 그렇게 욕심을 부리고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전혀 브레이크를 잡지 않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이 계시다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하나님이 어디 계시느냐 보여주면 믿겠다는 불신자들의 말은 우리들의 행동에서 하나님이 계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나는 그런 점에서 동성애 반대 운동이 아무런 효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크리스천들이 목청껏 동성애가 하나님 앞에서 죄악이라고 외친다 한 들, 불신자들이 크리스천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외치는 크리스천들이 사실은 마치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추행을 하면서도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크리스천들, 간음의 죄를 지어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크리스천들, 돈에 혈안이 되어 있고 권력 앞에 머리를 숙이는 크리스천들, 교회를 기업처럼 운영하고 세습을 일삼는 모습들을 보면서, 불신자들은 하나님은 없는 것인데 크리스천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마치 이 고속도로에는 경찰이 많이 숨어 있다고 말해놓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계속해서 과속을 하는 운전자를 보면서 그 운전자의 말을 신뢰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사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신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강력한 동성애 반대 운동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점에서 다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죄악을 지적하는 바리새인들의 모습을 본받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회개하면서 가슴을 치는 세리의 모습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바리새인을 볼 때 사람들은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지만, 세리의 회개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정말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에 전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8.2.11

이 글 링크: http://www.jjvision.org/?p=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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