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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예배당은 우리의 업적일 수 없습니다

드디어 3월 2일 토요일 오후2시에 우리 교회는 새예배당 입당 감사예배를 드린다. 지난 6개월간 기도로 간구하면서 기다려왔는데, 우리 교회를 설립한 지 5년 6개월 만에 자체 예배당을 마련하는 또 하나의 행복한 기적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건축헌금 작정을 하지도 않았고, 헌금을 독려하기 위해서 무슨 부흥회 같은 것도 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건축이었는데, 그동안 별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드디어 입당 감사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성도들은 벌써부터 감동 모드로 빠져들었다. 예배 처소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전주 시내 이곳저곳을 헤매던 시절을 지나, 갑작스럽게 담임목사님이 돌아가시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던 교인들인데, 교회를 세운 지 정확하게 5년 6개월 만에 새 예배당을 건축하여 입당하게 되었으니, 이제 부임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나보다도 훨씬 더 큰 감동에 젖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사실 예배당 건축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축복이었다. 2018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새 예배당을 우리가 건축할 것이라는 계획조차도 없었고, 그렇게 새 예배당을 건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사실 나는 그저 현 위치에서 계속 목회하다가 은퇴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일이 추진되었다. 그것도 아주 순조롭게 말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이제 입당 감사예배를 앞두게 되었다.

입당 감사예배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었다. 성급한 어떤 목사님은 벌써 축하 화분을 보내주셨다. 아직 이사를 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SNS 상에서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예배당을 건축하는 것은 목회자의 가장 큰 영광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말이다.

하지만 좋은 건물을 갖게 된 것은 우리 교회의 가장 큰 영광이 결코 아니다. 만일 좋은 건물을 세우는 것이 가장 큰 영광이라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웅장한 성전을 보고 칭찬하셔야 했다. 하지만 주님은 거기에 눈길조차 주지 않으셨다. 오히려 돌 위에 돌이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질 것이라고 저주하셨다. 아무리 좋은 성전을 세운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신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건물이 크고 웅대하고 멋있어질수록 우리의 신앙이 더욱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아이러니를 보여준 게 역사의 경험이다. 예루살렘 성전이 화려해질수록 성전은 장사치들이 들끓었고 제사장들은 타락했었고 결국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장본인이 그들이었다. 중세 천주교의 성당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올라가고 웅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천주교의 타락은 극치를 이루어 종교개혁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도 우리는 그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교회의 역사가 길어지고 건물이 더욱 튼튼해질 때, 아쉽게도 참된 복음은 사라지고 제도가 움직이는 교회가 되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새로운 예배당을 마련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새로운 예배당은 우리에게 기회이다. 더욱 복음을 잘 전할 수 있는 기회이고, 더욱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는 기회이고, 사랑의 공동체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갈 기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동시에 더욱 조바심을 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이내 제도화의 위험 속으로 빠져들어 가기 쉽기 때문이고, 마치 우리의 신앙이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자만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소득이 3만불을 넘는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내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건 다른 문제일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교회가 멋진 예배당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내 신앙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새 예배당을 세우게 된 것이 우리의 업적이나 자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화려한 건물을 보고 환호하겠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중심을 보시기 때문이다. 그 앞에서 우리는 더욱 잠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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